김고은 배우에게 관심 있어하던 중 그녀가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영화로 보기 전에 소설로 먼저 봐야지 하고 들춰봤던 소설. 정작 영화로는 아직까지 보지 않았고, 아마 앞으로도 볼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아마도 소설을 읽어버리고 나니 영화까지 찾아서 볼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 영은 남자이면서 남자를 좋아하는, 흔히 말하는 성 소수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영이 어떤 남자들을 만나고 헤어지는지, 영의 마음은 어떤지, 말 그대로 대도시에서의 영이 살아가고 사랑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HIV 문제나 성 소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들을 최대한 무겁지 않게 다루려고 시도한 재밌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성 소수자라고 해서 그것이 수적인(양적인) 소수가 아니라는 것(이성애적 취향을 가지지 않고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음을)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이 마이너 하다는 이유로 떳떳하게 살지 못하고 어정쩡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음을 소설로나마 간접적으로 알게 된 게 인상적이었다.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들과 엮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었고. 그들의 기호와 나의 기호는 다르기에 그들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고, 그들도 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하되 엮이지 말자, 그들의 생활을 존중해 주고 선을 지켜주자고 생각하고, 그들의 사회에는 끼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애초에 그들은 취향만 성 소수자이지 수적으로 소수가 아니었고, 우리 사회 곳곳에 알게 모르게 녹아들어 있었고, 그러므로 그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나에겐 조금 충격으로 다가온다.
성 소수자가 소수가 아니고, 모든 것의 다양성이 존중 받는 세상에서 나는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 것인지 혼란스럽다.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지만, 아직은 모두가 존중받지는 못하는 사회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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