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재미와 의미

어렸을 땐 뭘 해도 재밌다. 인생은 엄청나게 거대하며 재미난 모험들로 가득 찼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재미와 의미가 넘쳐나서 내가 원하는 어디에든 몰입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지낸다.

 

그런데 커가면서 인생이 점점 재미없게 느껴진다. 재미와 의미로 가득찼던 인생에 의무만 남고 하기 싫어도 처리해야 하는 일들만 쌓이기 시작한다. 내가 재밌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기 위해선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 여건 등 나름의 대가를 치러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감수하기 싫어서 내가 욕망하던 것들의 개수를 줄이기 시작하고 그러다 보면 인생에 재미있는 게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재미와 의미를 갈망한다. 나만의 두려움에 갇혀서 재미와 의미를 추구하지 못하는 나날들이 연속되고 생존과 의무만 남은 일들을 억지로 행하는 날들이 연속되면서 내 인생의 색채를 잃게 된다.

 

어떤 것에 재미를 느끼려면 내가 그 무언가를 통제하고 잘 한다는 느낌을 갖고 사회적으로도 잘한다는 인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단계까지 가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웃음거리가 되기 싫어서 감춘다.

 

그렇게 재미는 사라지고 자극적인 것들만 찾게 된다. 재미는 거져오지 않는다. 내가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재미를 위해 행하던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선 에너지가 소모되고 그 과정에서 견디지 못하면 그만두게 된다. 재미를 추구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건조하고 퍽퍽한 일상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선 재미를 추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재미는 거저 오지 않는다. 재미도 재미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