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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리뷰/책, 생각 정리함

화폐의 역사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by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2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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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화폐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요즘은 지폐로 된 화폐보다는 카드나 계좌이체 같은 간편한 방식으로 변화하였긴 하지만, 화폐는 우리가 일살 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교환수단이다.

 

하지만 화폐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화폐가 없을 경우에 사람이 겪어야 할 불편을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자명해진다.  ....

예컨데 빵집 주인이 구두를 구하려면 물물교환을 해야한다. 그가 뜻을 이루려면 우선 빵을 원하는 구두장수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두와 빵의 교환비율에 대해서 양측이 합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물물교환 시장에 여기에 공급되는 모든 종류의 상품 사이에 일정한 교환비율이 정해져 있고 그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면야 크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구두 한 켤레에 해당하는 빵의 양이 구둣방 주인의 대가족이 하루에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은데,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은 탓으로 다음날 아침에는 빵이 상해 버린다면? 소를 키우는 축산업자는 또 어떻게 할까? 그는 무언가 쇼핑을 하고 싶을 경우 최소한 소 한 마리를 잡아야 한다. 일단 한 마리를 잡으면 고기가 상하기 전에 무언가 다른 물건과 바꾸어야 한다. 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가? 화폐는 인간을 물물교환의 모든 불편함에서 해방시킨다. 돈은 인간을 속박하는 사슬이 아니라 인간이 우연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 준 혁명적 발명품이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中)

그렇다.  아담 스미스의 말처럼 인간은 "하나의 물건을 다른 물건과 거래하고 교환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화폐는 이 물건을 더욱 편하게 교환하게 해주는 혁명적인 발명품이다.

 

그렇다면 화폐는 무엇이고 화폐는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을까? 오늘은 화폐의 역사에 관해 짧게 요약하고자 한다.

 

인간 사회에는 아주원시적인 단계에서도 언제나 화폐가 있었으며, 비록 그 형태가 변하더라도 화폐는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처음에는 금이나 은으로 화폐를 썼고 소금이나 조개껍질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폐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수량이 제한되어 있고 일정한 성분을 지니고 있으며 보관하고 운반하기 쉬우며 원하는 대로 분할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한다. 만약 이런 물질이 일정한 지역 안에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인정받으면 화폐가 되는 것이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中)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다. 오늘날 사용하는 카드나 지폐도 화폐가 되고, 과거에 사용했던 금이나 은, 심지어 조개껍질까지도 화폐가 될수 있다. 단, 일정한 지역에서 교환의 매개수단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이 화폐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1. 상품과 서비스의 값을 지불하는 수단.

->화폐가 있음으로써 구매행위와 판매행위가 분리된다.

 

2. 보편적인 계산 단위의 역할.

->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일정량의 화폐량으로 그 가치를 매길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화폐로 측정된 가치는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눌 수있다.

 

3. 가치 축장의 수단.

-> 일정량의 화폐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가치를 저장할 수 있으니까.

 

세번째의 이유로 과거의 화폐는 금화나 은화같은 화폐자체가 물질적인 가치를 가지는 것만 해당했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 가치가 사라지는 화폐라면 화폐로서 인정받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오늘날엔 금화나 은화같은 물질적인 가치를 지니지 않은 지폐나 숫자상의 돈이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화폐를 어떤 물질로 만드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 희소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것은 화폐의 발생 역사를 보면 이해하기가 좀 더 쉽다.

 

17세기 유럽 상인들은 금화나 은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일임을 알았다. 운반비용도 비용이려니와 노상강도에게 사업 밑천을 몽땅 털릴 위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에다 돈을 맡기고 그 증명서를 돈 대신 지불했고, 은행은 증명서를 가진 사람이 요구하면 언제든 돈을 내주었다. 지폐와 수표는 이렇게 해서 탄생 했으며 이러한 업무를 수행한 최초의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인 암스테르담은행이 설립된 것은 1609년이었다.  .....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中)

17세기 유럽 상인들은 금화와 은화같은 물질적으로 인정받은 화폐를 들고 다니는 것이 위험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무게도 무게지만 다른 지역으로 물건을 팔러 갈 때 노상강도에게 이것을 빼앗길 위험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금화와 은화를 맡아주고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증명서를 들고 찾아가면 은행은 언제든지 금으로 봐꿔주었다. 그 증명서가 금화와 은화의 가치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금화와 은화를 찾을수 있는 권리가 약속된 증명서가 바로 지폐와 수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지폐와 수표와 어음은 독립된 화폐가 아니었다. 은행 금고에 그에 상응하는 금이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가들은 자기의 금고에 들어 있는 금 가운데 대부분은 항구적으로 거기 그대로 놓여 있으며 고객들이 맡긴 금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폐와 수표와 어음을 가진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것을 지불수단으로 돌려쓰기 때문에 실제로 금을 인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은행은 고객의 인출 요구에 응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대출했다. 물론 금은 그대로 두고 수표를 발행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은행은 그 이전에 존재하기 않았던 화폐를 새로 '창조'해냈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中)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금을 은행에 맡기고 수표와 지폐만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하는걸 깨달은 은행가들은 고객들이 은행에 찾으러 올 최소한의 금만을 남겨두고 나머지를 대출해줬다. 금 대신 수표로.  가지고 있는 금의 양보다 더 많은 지폐를 발행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함으로 지폐는 금화나 은화에서 독립된 화폐가 되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발행된 지폐가 은행이 보유한 금보다 많기는 했지만 고객들은 원하는 때에 언제든지 지폐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이것을 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화폐라고 해서 태환화폐(兌換貨幣)라고 한다. 19세기 은행이 창조한 화폐는 완전히 독립 된 화폐가 아닌 금이라는 물질의 양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화폐가 금이라는 물질에서 완전히 독립하게 되었다. 1971년의 일이다.

 

그러면 화폐가 금의 품을 떠나 독립한 것은 과연 언제였을까? 1971년이다. 1971년은 화폐가 수천 년의 종속에서 벗어나 독립한 해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세계경제의 중심은 미국이었고 이것은 화폐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달러는 수많은 나라의 상이한 화폐가 어울려 돌아가는 국제시장에서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태양 궤도의 중심에는 금이 있었다. 1944 7월 브레튼우즈라는 미국 뉴헴프셔주의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열인 국제호의에서 미국은 달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만들었다. 모든 가입국의 화폐와 달러 사이에 고정된 교환비율을 정해두었으니 이것이 다름아닌 IMF였다.

IMF체체를 태양계라고 한다면 달러는 곧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태양계의 모든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일정한 궤도를 그리듯 회원국들의 서로 다른 화폐 가치는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전문용어로 하면 달러가 기축통화(基軸通貨, currency) 노릇을 한 것이다. IMF는 달러와 다른 화폐의 교환비율을 정하고 달러와 금의 교환비율도 금 1온스에 35달러로 고정시켰다. 이때까지 달러는 변함없이 태환화폐였다. 누구든 35달러를 들고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가면 금 1온스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경제의 새로운 지배자로 떠오른 미국의 국력을 믿었기에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엉뚱한 데서 문제가 생겼다. 1960년대 중반부터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쟁이라는 밑 빠진 독에 하염없이 돈을 쏟아 부었다. 물론 가장 싸게 전쟁 비용을 조달하는 방법은 달러를 찍는 것이었다.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과 마피아들이 예외없이 달러를 갈망하던 시절이라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유럽 선진국의 시골 할머니들조차도 요즘에는 달러가 너무 흔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자 사태는 돌변했다. 무엇이든 너무 흔하면 가치가 없는 법, 달러가 너무 흔해서 35달러의 가치가 금 1온스보다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금 태환을 요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 그냥 두었다가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금 재고가 머지 않아 바닥날 것임이 분명해지자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은 신경제정책이란 걸 발견해서 달러의 금 태환을 중지시켰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中)

금본위 제도, 지폐의 가치가 금에 묶여있던 시대는 이렇게 끝이났다. 화폐의 가치는 이제 빚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왜냐하면 지폐를 금으로 교환해 줄 필요가 없어지면서 각국의 국가들은 이제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 지폐를 찍어내도 상관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있다.

 

그리고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돈을 찍어내는게 빚을 찍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면서 결국엔 이런식의 빚 찍어내기가 언젠간 우리에게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역설한다. 지금의 경제체제가 어느순간 무너지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고 말이다.

 

지폐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금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국내도서
저자 : 유시민
출판 : 돌베개 200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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