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음악을 들으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
📻 비 오는 날, 감성을 적시는 음악 🎧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후 내내 그칠 줄 몰랐다.
비릿한 물냄새를 풍기며 부슬부슬 가랑비를 뿌려대던 하늘은, 이내 굵은 빗방울을 쏟아냈다.
나는 비를 좋아한다.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잔잔한 음악을 틀고 여유를 즐기는 걸 좋아하고,
버스 창가에 기대어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기는 순간도 좋아한다.
비 오는 날 산책하는 것도 참 좋다.
여름날,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다 보면 우산 위로 부딪히는 빗소리,
그리고 평소보다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쓰다듬는 그 느낌이 마음을 간질인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것도 좋다.
달리면 몸이 달아오르는데, 그 위로 시원한 비가 식혀주는 그 감각은 정말 상쾌하다.
(물론 감기에 걸릴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비를 맞으며 서핑하는 것도 정말 좋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요소가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이다 — 바다, 비, 파도, 그리고 서핑.
그런 날은 아무것도 바랄 게 없어지고, 지금 이 순간이 그저 완벽하다고 느껴진다.
어릴 적부터 비를 좋아했던 것 같다.
지붕을 타고 타닥타닥 울리는 소리가 좋았고,
비 오는 날만의 가라앉은 공기, 정제된 분위기도 좋았다.
먼지로 흐릿해진 하늘이 비가 온 뒤 맑게 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다.
비가 주는 외롭고 쓸쓸한 느낌 또한 좋다.
비가 오면 감정이 어쩐지 더 짙어진다.
비는 나를 유독, 인생에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차였을 때도,
나는 비련의 남주인공처럼 비를 맞으며 울었고,
인생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날에도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감수성 풍부한 눈물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맞다.)
이처럼 비는 내 인생을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준다.
내가 지금 이곳에,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그런 힘이 있다.
비는 때로 내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고, 즐거움을 배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내게 비는 ‘낭만’ 그 자체다.
하지만 비가 싫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그리고 그건 언제나 ‘일’과 관련된 경험 속에 있었다.
도시에서 출퇴근을 반복하던 시절, 출근길에 쏟아지는 비, 우산 없이 퇴근하던 날…
그런 날엔 비가 그저 귀찮고 불편했다.
지방에서 캐디 일을 하던 때도 마찬가지.
비가 오면 일을 못하게 되어 돈을 못 벌거나,
일이 잡히더라도 그저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비가 싫었던 게 아니라
비 오는 날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나 자신이 싫었던 것 같다.
자연은 그저 자연일 뿐인데,
그 안에서 여유를 잃고, 얽매인 채 비를 싫어하게 되는 내가 싫었던 거다.
자연과 나 사이에 인위적인 어떤 것이 개입해서
내가 자연을 사랑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들이 싫었다.
비라는 선물을 선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불편함으로만 느끼는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앞으로 비 오는 모든 순간들을 즐기며 살고 싶다.
비 오는 날 산책을 더 자주 하고,
사색의 시간을 조금 더 많이 가질 수 있었으면.
그렇게 살아가려면 마음속 여유가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예기치 못한 날씨나 상황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단단한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어쩌면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내 마음의 상태만 바꿔도 충분할지 모른다.
지금, 지붕을 타고 흐르는 빗소리가 사뭇 좋다.
비와 함께 누자베스의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도 여유롭다.
이 얼마나 행복한, 축복받은 삶인가.
/...100일 글쓰기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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