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워킹홀리데이
서른한 살, 20대의 인생을 돌아보며.
31살. 내가 벌써 서른하나라니.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많지도 않은 나이. 요즘 기준으로 치면 한창 청춘이라 불리는 시기지만, 스스로 느끼기엔 예전 같지는 않다. 20살 초반 즈음엔 30 넘은 형, 누나들을 보면 한없이 멀어 보였는데… 막상 이 나이가 되고보니, 20대나 30대나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굳이 꼽자면 체력? 20대 땐 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내도 푹 자고 일어나면 멀쩡했는데, 요즘은 이틀은 쉬어야 겨우 회복되는 느낌이다. 그때 형, 누나들이 말하던 "너도 나이 들어보면 안다~"는 말이 이제야 조금씩 실감난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20대의 나와 30대가 된 나를 비교해보니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도 많이 바뀌었고,무엇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그 시절 나는 늘 초조하고, 조급하고, 뭐든 두려워했다. 인생이란 무게가 늘 버겁게만 느껴졌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다(물론 지금도 인생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어느 정도 여유도 생겼고,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낙천적인 마음도 갖게 됐다. 가끔은 진심으로 내 인생이 다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날도 있을 정도로. 20대의 나와 비교해보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
생각해보면 그 변화는 그냥 온 게 아니다. 분명한 전환점이 있었고, 그 지점부터 내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그건 바로 호주 워킹홀리데이였다.
그 전까지의 나는, 말 그대로 찌질하고 소심한 겁쟁이였다.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개념조차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바보 같았다. 키도 작고 마른 멸치 체형에, 자신감은 없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말 한 마디 못 걸던 쑥맥. 사회생활도 버거워 친구도 거의 없었고, 온통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랬던 내가, 워홀을 다녀온 후부터는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작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고, 예쁜 여자친구도 만나게 되었고,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해내고 있고, 긍정적인 기운으로 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고백하자면 처음엔 도망치듯 떠난 워킹홀리데이였다. 막막하고 답답했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그곳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의 방향’**을 잡았고, 내가 원하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세운 가치관과 기준은 지금도 여전히 내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물론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예상치 못한 사건 때문에 계획했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져 지금은 다시 한국에 돌아와 이렇게 앉아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지금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앞으로 몇 편에 걸쳐 20대의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어떻게 가게 되었는지, 그곳에서 무엇을 겪었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다시 또 떠나기까지의 과정과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긴 글이 될지도 모르지만, 잠시 짬을 내어 읽어준다면 참 고맙겠다. 혼자만 기억하는 인생은, 조금 외롭기도 하니까.
/...100일 프로젝트 (04)